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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분석(차트분석) 관련 책들을 읽었을 때 현재까지 호가창에 대해 설명해주는 책은 없었다. 책에서 배운 내용 뿐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이것 저것 고민을 하다 보니 호가창을 보게 되었다. 시가, 고가, 저가, 종가에만 관심있지 사실 장 중에 호가창을 보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특히 하루 단타로 매매할 것이 아니라면 장 중 호가창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기술적분석으로 아주 아름다운 차트를 만들어가던 종목이 있었다. 매수했다. 큰 수익을 기대했다. 어? 전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는 음봉캔들이 떴다. 하루 조정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인, 기관계 수급도 나쁘지 않았고 악재도 없었다. 내일은 다시 양봉캔들로 상승할 거라 믿고 있었다. 다음날 주가가 계속 하락했다. 야금야금 천천히 주가가 내려갔다. 중간 반등도 거의 없이 계속 야금야금 천천히 내려갔다. 거래량은 계속 늘어났다. 반등할 거라 믿고 지지력이 발생할 가격에서 추가매수까지 했는데 주가는 계속 하락했다. 주가상승을 너무도 확신한 종목이었기에 손절 가격을 정하지 않았다. 손실금액은 계속 커지고 이제라도 손절을 해야할지 장 중에 계속 고민했다.


호가창을 통해 뭔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호가창을 봤다. 매도잔량 보다 매수잔량이 훨씬 많았다. 장 중에 많을 때는 현 주가 아래로 깔려있는 매수주문 잔량이 매도주문 잔량의 10배가 되었다. 이렇게 많은 대기 매수세가 버티고 있는데 설마 계속 주가가 하락할까? 그래서 손절하지 않고 계속 홀딩했다. 결국 이 날 주가가 약 9% 하락했다. 매수주문 잔량이 10배나 많았는데 주가가 계속 하락했다. 호가창에 있는 매수주문 잔량으로 함부로 주가 향방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주식투자를 하며 호가창을 계속 봤더니 주가가 오를 때는 매도주문잔량이 매수주문잔량 보다 더 많은 경우가 많았다. 야금야금 치고 올라갈 때는 오히려 매수주문잔량이 매우 적은 일이 많았다. 왜 그런걸까? 이유를 나름 생각해보았다.


주가가 오르려면 기꺼이 매도 1호가 가격으로 매수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매도 1호가는 매수 1호가 보다 더 비싸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매수를 해주는 이가 있어야 주가가 오르는 것이다. 아마 개인 투자자 대부분은 매도 1호가로 바로 매수주문을 넣기 보다는 매수 1호가에 매수주문을 넣을 것이다. 주식을 팔겠다는 사람은 매수 1호가에 매도주문을 하기 보다는 매도 1호가에 주문을 넣을 것이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각자 자신의 1호가에만 주문을 넣고 가만히 있는다면 주가는 어떻게 될까? 주가는 상승하지도 하락하지도 않을 것이다.


매수주문잔량이 아래에 아무리 많이 깔려있어도 기꺼이 더 싼 가격에 매도하려는 투자자가 많다면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호가창에 이미 주문이 나와있는 물량들은 정적이고 수동적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매수하거나 더 싼 가격으로 매도할 생각이 없는 투자자들의 물량이다. 호가창에 미리 주문을 내놓지 않은채 주가 등락을 바라보며 익절과 손절을 고민하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있다. 그들을 호가창으로 예측할 수 없다. 단지 그들이 나와 같은 호가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세력들은 호가창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를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내가 했던 그런 착각 말이다. '매수주문잔량이 많으니 대기매수세가 많은 것이고 주가가 계속 하락할 수는 없겠구나. 그러니 손절하지 말고 홀딩해야지' 또는 '곧 반등할테니 물타기를 해야겠다. 많이 하락했지만 지금 매수해서 평균가를 낮추면 반등했을 때 손실도 금방 회복하고 이익도 더 많이 나겠지'와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세력이 작정하고 주가를 끌어올릴 때는 매수주문잔량을 번거롭게 밑에 깔면서 올라갈 필요가 없다. 위에 깔려있는 매도주문잔량들을 그 가격으로 기꺼이 매수해주면서 올라갈거니 말이다. 기꺼이 더 싼 가격으로 대량 매도하는 투자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매수주문잔량이 매도주문잔량의 1/10 밖에 없는 상태에 있더라도 주가는 가만히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