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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열기가 정말 장난 아니다. 급등하는 주식 종목을 바라볼 때와 마찬가지로 너무 올랐다고 생각하여 이제 곧 폭락할 거라 생각했는데 계속 오른다.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아, 그때 조금이라도 사뒀다면...'


정부에서는 현재 가상화폐 과열사태에 대해 계속 경고 하고 있다. 신문기사들은 가상화폐의 긍정적인 측면 보다는 부정적 측면을 중심으로 기사를 쓴다. 얼마만큼 단숨에 폭락했다는 내용이나 가상화폐로 큰 손실을 보고 마음고생 하고 있는 누군가의 사연을 소개한다. 이런 신문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이렇다. 폭락한 가격을 이미 다시 회복했다던가 지금 가상화폐로 돈 잃은 사람이 어디있느냐는 거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람은 모두 돈을 벌고 있는데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냐는 거다.


가상화폐가 계속 상승을 이어가고 있으니 댓글 상의 지적이 맞을 거다. 중간 중간 하락할 때 매도하지 않고 계속 버티는 사람들, 즉 존버를 하는 사람들은 가상화폐로 수익을 내고 있다. 손해를 본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존버'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난 주변 사람들에게 가상화폐로 돈을 벌 수 없다고 말한다. 댓글 내용처럼 모두가 돈을 벌고 있다는데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상화폐를 돈으로 환전하지 않는 이상 현재 수익은 '가상의 수익'이다. 주식과 마찬가지다. 주가가 100%, 200% 상승하더라도 그 주식을 매도하여 현금으로 바꾸기 전까지는 '진짜 수익'으로 볼 수 없다. 주식매매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쉽게 착각하는 것이 있다. 현 시세를 토대로 계산된 '잠정 수익'을 '진짜 수익'과 동일하게 보는 착각이다. 현 시세로 내 보유 물량을 누군가가 모두 사주어야만 가능한데 말이다. 내가 폭락 전에 주식을 팔았다는 것은 누군가는 그 폭락 직전의 가장 비싼 가격에 주식을 샀다는 얘기가 된다. 가상화폐가 폭락하기 전에 누군가 잽싸게 팔고 탈출에 성공했다면 다른 누군가는 비싼 가격에 가상화폐를 사서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부의 총량은 일정하다. 돈의 총량도 일정하다. 모두 부자가 될 수는 없다. 가상화폐를 매개로 하여 가상화폐 거래소로 막대한 돈이 유입되었고 유입된 돈의 총량에서 파이를 나눠 먹게 된다. 현재는 모두가 '존버'를 하며 파이를 나누지 않고 파이를 계속 키우고 있다. 나중에 파이를 나눠 먹게 될 때에 자신이 가장 큰 파이를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착각하며 모두가 돈을 벌고 있다고 착각한다. 파이 나눠먹기, 즉 이익실현을 위한 본격적 매도가 이루어지기 전 까지는 정말 부자가 된 것인지 거지가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벌 때는 조금 벌고 잃을 때는 많이 잃게 될 수 있다. 가상화폐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투자금을 점차 키운다. 언제 폭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소액을 투자했던 사람이 가상화폐로 수익을 맛보게 되면 소액 투자했던 것을 후회한다. 100만원 투자를 했는데 50만원을 벌었다면(수익률 50%), 1,000만원 투자했을 때 500만원을 벌었단 얘기가 된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단숨에 5,0000만원을 벌었다는 의미다. 대기업 직장인 연봉을 단숨에 벌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텐데 얼마나 안타까울까. 그럼 투자금을 더 늘려서 투자할 것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불안감 때문에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집어 넣지는 못한다. 하지만 가상화폐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을 경험하며 이전에 과감하지 못했던 자신을 나무라게 된다. 빚까지 져서 추가로 투자를 하게 된다. 앞서서 50% 수익률로 50만원을 벌었던 사람이 나중에 가상화폐 폭락 시 투자금이 1억원이라면 10% 손실만 보더라도 앞서 번 50만원을 까먹고 추가로 950만원을 추가로 손해보게 된다. 수익을 볼 때는 50만원, 손해를 볼 때는 1,000만원이 된다. 조금 벌고 더 많이 잃는다.


다단계 투자사기들과 원리가 같다.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에 조금 투자했더니 수익이 꼬박꼬박 나온다. 꼬박꼬박 나오는 수익 때문에 신뢰를 하게 되고 투자금을 대폭 늘린다. 그리고 한 순간 투자금 전액을 잃게 된다.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가 '존버'로 가는 것이 큰 문제다. 폭락 두려움을 버티고 '존버'를 한 사람이 계속 수익을 내고 있다. 지금까지 있었던 폭락은 일시적인 것이지만, 나중에 진짝 폭락이 이루어졌을 때 투자자 대부분이 '존버'를 할 가능성이 높다. '존버하면 무조건 수익'이란 반복학습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기 떄문이다. 일시적 폭락과 본격적인 폭락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존버'를 강하게 학습한 투자자라면 주식 물타기와 마찬가지로 폭락했을 때 가상화폐를 추가매수 할 가능성이 높다.


주식투자는 주가가 오르던 내리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주가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것 같아서 매도를 했는데 주가가 계속 상승한다면 더 수익을 볼 수 있었는데 놓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가가 내리면 손실을 봤으니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식투자로 행복하게 돈을 벌려면 내가 먹지 못한 수익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 내가 먹은 수익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별도 훈련을 하지 않는 이상 이런 감사함을 가지기란 불가능하다. 가상화페에 투자하는 투자자 대부분이 막연한 최대 이익을 바라며 '존버'를 한다. 가상화폐를 통해 얼마를 벌면 만족할 수 있을까? 그 기준이 없는 이상 도중에 적절히 수익을 보고 나오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돈은 많이 벌면 벌수록 좋으니 계속 '존버'를 할 것이다. 본격적인 폭락장 속에서도 '존버'를 할 것이다. 본격적인 폭락장에서 운 좋게 매도를 하고 나온 사람들과 가상화폐 초창기에 투자하여 매수 평균가가 매우 낮은 사람들 소소수만이 돈을 벌 것이다. 소수 사람들이 번 돈이 크면 클수록 나머지 사람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돈의 총량은 일정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결정하고 개인이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면 될텐데 정부가 가상화폐 투자 과열에 대해 우려하며 경고를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페로 손실을 보게 되면 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가상화폐과 지금처럼 계속 과열된다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아닌 가상화폐 가격 하락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 같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때 사람들은 워렌 버핏을 바보취급했다. 몇십배씩 오르는 IT 주식에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워렌 버핏은 IT 주식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 대비 가격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사지 않았다. 결국 IT 버블이 꺼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손실을 보았고 경제는 휘청했다. 자신의 기준과 원칙을 지킨 탓에 바보 취급을 받았던 워렌 버핏은 지금 위대한 투자자로 평가받는다.


워렌 버핏의 투자원칙

제 1원칙 :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

제 2원칙 : 제 1원칙을 절대로 잊지 마라

 

워렌 버핏은 IT 버블을 통해 몇십배를 단숨에 벌 기회 보다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라는 원칙에 충실했다. 엄청난 절제력과 인내심이다. 이 점 때문에 워렌 버핏은 위대한 투자자가 되었다.